고창의 농부는 김밭에 봄과 더불어 농사를 시작 했다. 2022.03.20 ( 사진 / 김성백 기자)
고창의 농부는 김밭에 봄과 더불어 농사를 시작 했다. 2022.03.20 ( 사진 / 김성백 기자)

 

/밥 한공기 

밥 한 공기만큼 뜨거운 것이 있느냐.

겨울 깊은 밤 늙은 파트너가 차려준 무심한 내공의 기운만큼 뜨거운 것이 있느냐.
죽도록 사랑했다고 믿었던 것 떠나던 날 흘렸던 눈물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
눈 내리던 밤 등으로 스며들던 아랫목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석양 마루에 떠밀던 햇볕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
찬 새벽 입천장을 벗기던 해장국물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치열했던 헝크러짐을 풀던 화햇술 한 잔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
죽을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앞에 쏟아낸 잘못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시린 하늘을 올려보다 굴러내린 눈부신 한 방울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
민주를 찾던 골목에서 맛본 최루액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비겁한 굴종에 멍든 가슴을 치던 주먹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내가 정의라고 뻣뻣하게 토해내던 거품이 이만큼 뜨거웠느냐.

밥 한 공기를 타고 오르는 열기만큼 뜨거운 것이 있느냐.

[ 시 / 김준성 기자  ;  사진 / 김성백 기자 ]

붉은 흙 속에 생명을 뭍고 청보리가 지키는 고창 농부의 봄이다. 2022.0320 ( 사진 / 김성백기자
붉은 흙 속에 생명을 뭍고 청보리가 지키는 고창 농부의 봄이다. 2022.0320 ( 사진 / 김성백기자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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